감독을 잘못 선임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프로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구단주 혹은 모기업은 명문 구단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매년 리그 우승을 하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구단의 전통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충성도 높은 팬들이 생겨나고 구단의 가치는 높아진다.
우리는 간혹 신임 감독들의 계약 기간을 통해 구단주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이번 시즌 우승을 원하는지 아니면 시간, 노력, 열정, 투자를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는 명문 구단을 원하는지를 말이다.
구단의 성적이 부진하면 감독은 그 책임을 전적으로 진다. 감독이 선수 선발부터 기용, 경기 운영에 필요한 전략과 전술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럼 감독을 제대로 뽑지 못해 구단 성적이 부진하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까 ? 시즌이 끝난후 모든 책임을 지는 감독들이 기운 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스포츠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계약 기간이 주어져야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우승 팀을 원하든 명문 구단을 원하든 구단주들이 가진 철학을 우리가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감독을 선발하는 구단주의 철학과 비젼이 확고하지 않으면 ‘신임감독 2년 계약’, ‘1년만에 감독 사퇴’ 등의 안타까운 상황을 계속 접할 수 밖에 없다.
국가 대표팀 감독 VS 프로구단 감독
국가 대표팀의 감독을 선발하는 과정과 기준은 프로 구단과 비교할 때 다소 차이가 있다. 간간이 벌어지는 국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국가 대표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격상) 구단주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며 또한 굳이 명문 구단이 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2020 년 봄,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는 도쿄 올림픽 대회에 참가 할 여자 농구 대표팀의 감독 선발을 진행했다.
김태일, 하숙례, 전주원, 정선민 등 네명의 후보자와 면접을 실시했고, 정선민 전 인천 신한은행 코치과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가 최종 경합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한 이문규가 계약 만료 시점에 소통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자 재계약에 실패했고,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새로운 감독을 공모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대표감독을 선발할 때는 무엇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 과연 어떤 감독이 감독이 좋을까 ? 국가대표 감독의 계약기간은 어떻게 정할까 ? 여러분이 감독을 선임하는 위원이라면 어떤 기준으로 감독을 선발하겠는가 ?
프로구단의 경우 감독을 잘못 선발하여 구단의 성적이 부진하면 모든 유무형의 책임은 구단주에게 귀결된다.
구단의 순위가 내려가 팬들이 등을 돌리고 이로 인해 입장권과 스포서십 수입이 줄어들면 구단주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은 상황이 매우 다르다.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감독이 짊어지는 문제, 그렇다면 감독을 잘못 선임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
감독 선임위원들은 감독을 선임하는데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을까 ? 후보 감독들의 여려 자질 중 어떤 면에 비중을 많이 두고 결정할까 ?
구단의 성적이 저조하면 대부분의 책임이 감독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감독을 선발하는 구단주, 최고 의사결정권자, 혹은 감독 선발위원회의 책임은 전혀 없을까 ?
구단주의 철학이 명확하지 않거나 팀을 리빌딩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에도 감독이 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까 ?
2020년 10월 키움 히어로즈으 손혁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손혁이 부임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진 갑작스러운 사퇴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즌이 한창 진행중이고 특히 포스트 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상위권 팀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